[사회] 학자금 대출, 영국 금융의 중심 세력 - 보이는 세상, 세상의 깊은 곳
이 곳은 순수한 신앙 연구소입니다. 그런데도 세상이나 교계의 보이는 흐름을 한 번씩 보고 있습니다. 순수한 신앙이란 신앙만 연구하고 신앙이 살아 가야 하는 세상을 모른다는 의미의 순수를 배격합니다. 순수한 신앙이란 신앙의 원칙을 순수하게 잡은 다음 그 신앙이 살아 가야 하는 세상을 순수한 신앙의 눈으로 살펴 본 다음 싸울 대상과 버릴 대상과 이용하거나 무시할 상황을 순수하게 살핍니다.
그래서 일반 세상의 흐름과 비슷할 때도 있고, 일반 세상과 너무 동 떨어 진 언행을 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세상을 좀 다른 눈으로 볼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순수 신앙이란 세상을 전혀 몰라야 한다는 지적을 받지만 이 노선이 추구하는 세상과 신앙의 구별, 신앙의 순수라는 의미를 오해한 까닭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떠난 세상을 원래 한통속으로 봅니다. 말세가 되면 한통속이 더욱 한통속답게 그 규모와 영향력을 넓히게 되고 외부로 드러 나면서 어린 양이신 주님을 따르는 신앙 하나를 대적하기 위해 움직일 것을 말씀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두고 성급하게 표현하다 보면 세상에게 우스꽝스런 광인처럼 보이기 쉽상이나 성경을 아는 사람들끼리는 상식입니다. 다만 좀 지혜롭지 못한 면을 생각해야 합니다. 대적을 보기는 봐야 하고 대처도 해야 하나, 그 대적을 파악하는 것은 민첩해야 하나 그 대적에 맞서는 것은 신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여기 몇 가지 글을 소개합니다. 경제 면으로, 또 세상 움직이는 내용 면으로, 어떤 면은 과장도 있고 어떤 면은 피해망상도 있고 어떤 면은 일부 사실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글 중에 핵심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들뜨지 말고 준동하지도 말 것이며 무감각하여 바보가 되는 일은 더더욱 조심할 일입니다.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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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점령군을 점령하라
<박봉팔닷컴> 개곰 / 2011-10-31 13
미국의 학자금 폭탄
미국에서 대학 학자금 융자를 받은 사람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거품에 이어 또 하나의 거품이 터질까봐 비상이 걸렸다고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보도했다. 2009년 현재 270일 이상 연체되어 사실상 미수금으로 분류되는 학자금 융자는 전체의 8.8%에 이르며 단기 연체율까지 포함하면 10%가 넘는다. 이것은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금 상환 연체율의 10배나 된다.
미국 정부는 1조달러 규모의 학자금 융자 시장이 무너져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최대 상환액을 연 소득의 15%에서 10%로 낮추고 일자리가 없거나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원금을 탕감해주는 기간도 지금의 25년에서 20년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이자는 계속 붙으므로 심각한 청년 실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학자금 상환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유독 공공 교육 예산이 많이 깎였다.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수조달러를 들여 전쟁을 벌이면서 국방비는 계속 늘어났고 의료비도 노인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야 하므로 함부로 깎기가 어려웠지만 투표권이 없는 어린 학생이 대부분이고 투표권이 있어도 정치에 관심이 없는 대학생은 만만했으므로 미국 정부는 거듭 공공 교육 예산을 삭감했다.
정부의 공공 교육비 지원이 줄어들자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자기 고장 출신 학생에게 등록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일부 공립학교에서는 사립화를 고려하고 있다. 또 일부 주에서는 타주 출신의 학생에게 사립대 수준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그래서 등록금은 사립대 수준으로 받으면서 시설과 교육 내용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공립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196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도입된 학자금 융자 정책은 저소득층 자녀에게도 교육 기회를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시행되었지만 대학 등록금 폭등을 부채질하는 데도 일정하게 기여했다. 일단 학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으니까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대해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고 대학들은 너도나도 등록금을 올렸다.
그래서 일자리는 없는데 졸업과 동시에 10만달러가 넘는 빚을 떠안고 사회에 나서야 하는 젊은이가 부지기수다. 운좋게 3만달러 안팎의 연봉을 받는 직업을 구한다 하더라도 이 젊은이들은 빚을 갚기에 바쁘지 소비를 하면서 미국 경제를 되살릴 여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1%에게 소득이 집중되고 99%는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잘못된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소수에게 독점된 부의 상징인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자는 운동이 지금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도 ‘기회의 땅’에서 ‘상실의 땅’으로 달라진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서다.
찍어낸 돈은 어디로 갈까
2007년 후반 금융 위기가 터진 뒤 이른바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금융 시장에 투입한 것은 은행을 살려야 시중 자금이 돌고, 자금 경색으로 기업이 잇따라 도산하고 실업자가 늘어나서 소비가 위축되어 디플레가 시작되면서 대공황으로 비화된 1920년대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두 번에 걸쳐 1조3천달러의 돈을 찍어냈고 영국도 두 번에 걸쳐 2750억파운드의 돈을 찍어냈지만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통화 조작 국가라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여차하면 양적 완화를 추가로 단행할 기세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하리라고 오래 전부터 예언해온 호주의 경제학자 스티브 킨은 돈을 찍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킨에 따르면 경제 위기를 불러오는 결정적 요인은 민간 부문의 빚이다. GDP 대비 민간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반드시 경제가 위기를 맞이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민간 부채가 GDP를 넘어섰고 1990년대 후반부터 위험 수위에 도달하다가 2007년에 폭발했다고 킨은 설명한다. 상황은 1920년대의 대공황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대공황 전인 1920년대의 10년 동안 미국의 민간 부채는 40% 증가했지만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민간 부채는 140%나 증가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꾸준히 올라갔고 다수의 노동자가 올라간 임금으로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면서 활발하게 소비를 하니까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로는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고 절대 다수의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는 신용카드처럼 빚에 기대어 소비를 해왔다. 미국 경제는 빚으로 소비를 창출했고 그것이 한계에 봉착했다.
은행이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주어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은행이 손해를 보게 두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정신에 맞다. 그러나 은행은 한푼도 손해를 안 보고 은행이 받기 어려운 빚을 사회가 ‘양적 완화’를 통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 되어버렸다. ‘양적 완화’로 공공 부채가 늘어나니까 정부는 긴축을 하게 되고 교육부터 의료, 복지에 이르기까지 공공 지출이 삭감되면서 어려운 사람은 더욱 살기가 고달퍼진다.
반면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산다. 영국의 물가가 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공공 부문 임금은 동결되거나 깎이고 민간 부문에서도 실질 임금이 깎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지난 1년 동안 영국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100대 기업 고위 경영진의 연봉은 평균 270만파운드로 49%나 늘어났다.
시티를 점령하라
지난 10월 27일은 영국의 금융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런던이 국제 투기 자본의 집결지로 비약하는 기폭제 노릇을 한 이른바 빅뱅이 일어난 지 25년이 되는 날이다. 대처 보수당 정부의 각종 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주도한 것은 런던의 금융구역인 이른바 ‘시티’의 금융자본가들이었다.
세인트폴 성당 주변으로 1평방마일이 조금 넘는 좁은 땅에 있다고 해서 스퀘어마일이라고도 불리는 City of London은 중세 때부터 왕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치외법권을 누렸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티금융단(City of London Corporation)이라는 자치 조직을 만들어서 왕에게 돈을 꿔주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자부심이 강하지만 아무리 진보 색채가 강한 정부도 시티금융단은 건드리지 못했다. 시티금융단은 시장도 Lord Mayor라고 해서 따로 뽑고 경찰력도 사법권도 따로 운영한다. 영국 총리는 매년 시티금융단 자치회가 있는 길드홀까지 와서 영국의 대외 정책을 보고한다. 시티금융단은 영국 의회에 환기관(Remembrancer)을 파견한다. 환기관은 하원의장 맞은편에 앉아서 의회가 금융자본의 이익을 훼손하는 정책을 만들지나 않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한다. 영국을 주무르는 금융자본의 대변자인 환기관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당당히 금융 자본의 농단을 성토하는 의원은 많지 않다. 환기관은 영국의 주권은 어제의 왕이나 오늘의 국민이 아니라 금융자본 집단에게 있음을 총리와 의원들에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맡은 시티금융단의 대변자다.
최근 런던의 세인트폴 교회 앞에서 영국의 젊은이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는 것도 소수만을 살찌우는 영국의 경제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서였다. 세인트폴 교회는 예로부터 정치적으로 탄압받던 사람들이 성역으로 찾던 곳이었다. 그러나 교회의 반응은 냉랭했다.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은 교회 앞 광장을 차지한 농성자들 때문에 안전과 보건에 문제가 있다며 교회 문을 닫더니 관광객 감수로 재정 피해가 막심하다며 농성자들을 법으로 처리할 뜻을 비쳤다. 여기에 반발하여 세인트폴 교회에서 성무를 보던 자일즈 프레이저 신부가 사퇴했지만 고위 성직자들은 농성자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세인트폴 교회를 재정적으로 크게 지원하는 세인트폴 트러스트의 위원장은 시티금융단 시장을 지냈고 다국적 회계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파트너를 역임했으며 1980년대 대처 정부의 민영화에 깊숙이 관여한 존 스터타드다. 또 10명의 임원 중에는 금융감독청에서 규제 담당 전무를 맡다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로이즈TSB 은행 경영진으로 합류한 캐롤 서전트, 영국 최대의 로비 단체인 영국경영자협회의 부회장이며 에너지업체 센트리카의 이사인 헬렌 알렉산더 등 시티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3억파운드의 순익을 내고도 얼마 전에 가스료와 전기료를 두 자리 수로 인상한 센트리카는 최근 센트리카의 이사들에게 보너스로 1600만파운드를 지급했다. 세인트폴 트러스트는 작년에 세인트폴 교회에 130만파운드를 기부했다. 세인트폴 교회는 어느새 시민의 성역이 아니라 시티금융단의 성역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인구 500만이 넘는 런던시의 정식 이름은 Greater London Authority다. City of London이라는이름은 시티금융단이 차지했다. 엘리트주의를 배격하고 노동당 초기처럼 지역 사회와 하나가 되는 당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블루레이버’ 개념으로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의 신임을 받는 모리스 글라스먼 교수는 시티금융단과 정면 승부를 벌이지 않는 한 영국의 미래는 없다면서 세인트폴 교회 농성을 계기로 시티의 각종 특권을 없애고 City of London이라는 이름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는 유럽연합이 금융 규제를 통해 시티를 위협하고 있으며 시티가 피해를 볼 경우 런던의 국익이 침해당한다면서 영국은 시티의 손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유럽연합의 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1920년대의 대공황보다 심각하다는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은 시티금융단이 주도한 금융 규제 철폐인데 영국 총리는 여전히 금융 규제 불가론을 되뇐다. 시티는 영국에서 아직도 성역이다.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소수의 금융 점령군이 장악한 국가 주권을 탈환하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자본가들만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국가 주권을 무너뜨리 것이 아니라 시민도 국경을 넘어 연대해야만 금융자본의 횡포를 막아내고 국가 주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