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기고 “병원 포기는 고신 정체성의 포기인가?”-유해무 교수 [교계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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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기고 “병원 포기는 고신 정체성의 포기인가?”-유해무 교수 [교계현실]


분류: 소식- 교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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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03년 6월 7일자 기독교보 사설을 읽고 토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더 절감하게 된
다. 물론 혼란에 빠져있는 고려파의 현 상황에 또 다른 혼란의 씨를 뿌리려고 사설에 대한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아님을 먼저 분명하게 밝힌다. 또한 사설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고려
학원을 포기하자는 주장에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 작금의 현실이 이처럼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하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신앙과 전통에서 나오는 원리’를 공유하기 위
한 범교단적인 토론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고 여겨서 우리는 사설의 왼쪽 부분만을 논
의하려고 한다.

사설 첫 부분의 요지는 “고려학원이 병원으로 인해 순수성이 결여되고 역사에 오점을 남기
는 치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기일전하여 다시 회복하는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설은 병원을 위해 모금키로 한 200억원으로 신대원을 새로 하고, 대학과
병원은 포기하자는 견해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논증하기 위하여 사설이 제시하는
논거는 명석하지 않다.

첫째, 사설이 비판한 견해가 정말 고려파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연결되는가?
사설은 고려신학교가 고려파를 출범시켰고, 학원을 포기하는 것은 역사성의 단절이요 곧 정
체성의 포기라는 논거를 제시한다. 이 논거가 역사 해석으로서 정확한가. 역사의 문제와는
달리 논거 자체는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제대로 헤아리기가 무척 어렵다. 과연
고려파라는 ‘교회’의 정체성에 대학과 병원이라는 소재가 필수적이라는 말인가. 고려파
역사의 문제요, 교회론의 문제인 이 논거를 두고서 광범위하게 토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의 신대원을 포기하게 되면 교단 분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가?
이 말은 같은 사설이 후반부에 두 번이나 사용하고 있듯이, “협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한 이런 표현이 교단 언론의 사설 논조로서 합당한가. 사설은 신대원도 고려학원의 소속
이기 때문에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은연중에 전제하면서 이를 협박의 근거로 삼고 있
다. 사설은 인가와 전통을 따지는 학생들을 볼모로 삼고, 많은 교회의 지지가 없었던 박윤
선 박사의 개혁신학교의 실패를 든 뒤에, 무인가에 도서도 교수도 부족한 학교는 위험한 모
험이라고 한다. 사설은 계속 신학교만 새로 한다는 것은 지금 체제를 회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금과 노력, 그리고 모험과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다. 사설의 논조를 따르면 마치 고려파 안에 무인가 신학교를 구상하고 있는 자들이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단 분열이라는 귀결은 정말로 얼토당토않은 귀결이다.

셋째, 기독교보가 언론 매체로서 취하는 태도이다.
기독교보가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 광범위하고 성의 있는 보도를 하였다고 여겨지지 않
는다. 사건과 사실에 대한 정확한 보도를 빠뜨리면서도 사설에서는 일방적인 견해를 선언하
듯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가령 사설은 만약 고려학원이 제3자에게 인수되
더라도 금방 신대원이 분리될 수 없는 형편이며, 부도처리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돌발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서 ‘구 대한신학교의 교훈’을 들
고 있는데, 우리 가운데 교훈은 고사하고, 대신교단과 대한신학교와 안양대학교의 문제 자
체를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사설이라기보다는 독백에 가까운 논조이다. 지금이
라도 이를 포함한 현 사태에 대하여 공정하고 넓은 보도를 매주 특집으로 보도하면서 온 교
인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광장을 마련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넷째, 사설은 돌발변수 등을 언급하면서 신대원을 볼모로 삼고 있다.
신대원은 해방되어야 하는 불쌍한 신세에 처해 있다. 현재의 위기를 예견하고 신대원의 조
기 독립을 외쳤던 지혜자들의 충언을 들었다면, 고려파는 바벨론 포로로 가지 않아도 되었
을 것이다. 90년대부터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위해서 신대원은 대학에서 독립할 수 없다
는 주장이 득세하였다. 2000년대에는 병원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신대원이 독립해서는 안 된
다는 주장이 새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신대원이 대학에 소속되어서 고신대학교의 기독교적
정체성이 얼마나 어떻게 확립되었으며, 학원 내부적으로 독립되어있던 제한적 독립성조차
도 시행세칙을 개정하여 대학교에 확실하게 소속시킨 결과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사설은
대학과 병원을 포기하고 신대원을 독립시키는 것은 고려파의 정체성의 포기라는 압력성 논
조를 취하면서, 위 두 종류의 주장을 계승하고 있다. 그 시행세칙이 개정되고 얼마 후에 열
렸던 작년 제52 총회가 신대원의 독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과 기독교보의 사설은 총회의 신대원 독립 결정을 현재 집행하지 못하는데 대해
서 안타까워하는 여운을 조금도 풍기지 않는다. 개인적인 주장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사설
의 논조는 항상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고려학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고려파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책임
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기독교보가 이에 대한 광
범위한 공감대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하여 보도는 공정하게 하며, 사설은 긍정적인 논조로
써 집필할 것을 기대한다. 아무리 현실이 열악하지만 원리를 반성하는 작업을 소홀히 할 수
는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를 공론화 하는데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면 그 토론에 참
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