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회와 교단의 관계 - 법원 판례
교회와 교단의 관계
법원, "교단은 지교회의 상급 단체에 불과해"
입력 : 2011년 01월 04일 (화) 18:54:18 [조회수 : 3881] 강문대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교회에게 교단은 무슨 의미일까? 교회 분쟁에 관한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교단이 교회 분쟁을 수습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단 자체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런 일이 자주 생겨서인지, 최근에는 개별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고 급기야 "독립 교회 연합"이라고 하는 교단 아닌 교단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 법률상, 교회와 교단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교회법상 개별 교회는 교회 행정적인 면에서나 신앙적인 면에서 모두 교단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회는 설립·분립·합병 및 폐지, 장로 장립과 목사 청빙에 있어 노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교회의 재산을 노회가 처리할 수 있으며, 권징 재판에서 노회와 총회가 상급 기관으로 작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 법률상으로도 이런 관계가 인정될까? 이에 대해 법원은 아주 오래 전부터 교회와 소속 교단의 관계는 교회의 기본적 독립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정립되어야 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1다1226 전원합의체 판결). 그에 따라 법원은, 소속 교인들의 총의에 의하여 당회장으로 선임되었지만 노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개별 교회의 당회장에 대해, 노회에 대하여는 당회장으로서의 권리, 의무를 주장할 수는 없지만 노회 이외의 제3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 교회를 대표할 자격이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1967. 12. 18. 선고 67다2202 판결).
이런 취지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춘 개신교 교회가 특정 교단 소속 지교회로 편입되어 교단의 헌법에 따라 의사 결정 기구를 구성하고 교단이 파송하는 목사를 지교회의 대표자로 받아들이는 경우, 교단의 정체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지만 원칙적으로 지교회는 소속 교단과 독립된 법인 아닌 사단이고, 교단은 종교적 내부 관계에 있어서 지교회의 상급 단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시흥교회 사건의 판결에서도 법원은 "개신교 교회는 가톨릭교회와 달리 지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교단은 지교회의 내부적 상급 단체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그런 취지를 다시 한번 명시적으로 확인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11. 16. 선고 2010가합5664 판결). 이처럼 개별 교회는 일반 법률상으로는 교회법상의 내용과 달리 교단의 하위 단체가 아니라 독립된 단체로 인정되고 있다. 한편, 교단의 총회나 노회도 법률상으로는 비법인 사단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누14937 판결), 교단의 총회, 노회, 개별 교회 모두 각자 독립된 비법인 사단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독립된 단체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개별 교회가 교단의 지시와 감독을 받게 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개별 교회 자체가 교단의 헌법을 자신의 자치 규범으로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즉, 개별 교회는 자체적으로 규약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나 규약을 갖춘 경우에도 교단이 정한 헌법을 교회 자신의 규약에 준하는 자치 규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위 2006년 대법원 판결 참조), 그로 인해 교단의 지휘 감독권이 발동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별 교회가 교단 탈퇴 시 교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이유는 민법상 자치 규범의 변경에 그러한 요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민법 제42조 제1항). 법원은 소속 교단의 변경이 실질적으로 개별 교회 자신의 규약에 해당하는 자치 규범을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고 자치 규범의 변경에 요구되는 요건이 교단 탈퇴에도 요구된다고 보았던 것이다(위 2006년 대법원 판결 참조).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개별 교회는 교단 헌법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자치 규범을 독자적으로 제정할 수 있다. 교단 헌법에 개별 교회의 자치 규범 제정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경우에도, 일반 법률상으로는 개별 교회가 자치 규범을 제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자치 규범의 제정은 교회의 독립성 및 종교적 자유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서 교단 헌법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이다(위 시흥교회 판결 참조).
교회가 제정한 자치 규범의 내용과 교단 헌법의 내용이 서로 충돌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어느 규정이 더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까? 이 문제는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목사의 재신임 요건이 문제가 된 위 시흥교회 사건에서는 법원이 개별 교회가 만든 "재신임 규약"이 교회 헌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보았지만, 장로의 해임 요건이 문제가 된 "인천만수교회" 사건에서는 법원은 개별 교회가 만든 "장로수칙"이 교회 헌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았다(인천지방법원 2009. 9. 4.자 2009카합1593 결정). 굳이 해결책을 찾자면, 개별 교회가 교단 헌법의 내용을 명확히 배제하기로 의도한 상태에서 별도의 자치 규범을 제정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의도까지는 갖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자치 규범을 제정한 것인지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신법 우선, 개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개별 교회의 자치 규범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어 교단 헌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별 교회가 이처럼 교단 헌법의 내용과는 다른 내용의 자치 규범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해도, 교단과의 내부적 관계에서는 그 자치 규범의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흥교회 사건에서 교단은 목사의 재신임 규약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 교단은 개별 교회에 대해 그 규약의 폐기를 지시할 수 있고, 그에 거부할 경우에는 그 책임자를 재판에 회부하여 권징할 수도 있다. 그 권징은 종교 단체 내부의 징계로서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쉽게 무효로 판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교단은 그런 범위 내에서 여전히 상급 단체로서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별 교회가 교단의 그런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는 종국적으로는 교단을 탈퇴하는 수밖에 없다. 개별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지 않으면서, 교단 헌법의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교단을 탈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단 탈퇴의 요건을 구비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교단 헌법이든 교회 규정이든 일반 법률과 저촉되는 내용을 제정할 수는 없다. 물론 교회의 국가로부터의 독립성은 인정되지만, 그것이 교회가 국가의 법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부동산 소유권의 귀속 등 국가의 강행 법규를 적용하여야 할 법률적 분쟁에 있어서 그에 저촉되는 교회 헌법 규정(개별 교회에 속한 부동산을 노회의 소유로 한다는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1. 12. 13. 선고 91다29446 판결). 그렇지만 국가도 교회의 신앙적 내용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교회는 신앙적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결국 교회가 국가의 법질서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는 부분은 신앙적 내용이 아닌 것에 한하는 것이다.
*이 글은 <복음과상황> 1월 호에도 실렸습니다.
강문대 /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