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참으로 이 길을 걸으려면 - 가족 고통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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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참으로 이 길을 걸으려면 - 가족 고통을 중심으로


[목사]나의 할아버지 순교자 주기철 목사(18)
[[제1172호] 2009년 3월 7일] 조회 : 267


하나님의 선한 뜻대로 이뤄지다!



할아버님에 대한 분노의 마음

필자는 지난 호에서 주 목사님의 가족들이 당한 여러 가지 수난과 역경의 지극히 일부를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필자가 어려서부터 가졌던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런 질문이었다. ‘할아버님은 믿음을 지키고 순교하심으로 순교의 면류관을 쓰셨지만, 솔직히 말하면 가족들은 그로 인하여 버림받은 것이 아닌가?’ 솔직히 이 질문은 필자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어린 마음에 이 질문이 오랫동안 해결되지가 않았다. 사실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질 때면 할아버님에 대한 일종의 분노하는 마음도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팔순의 노모와 병든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다 버려두고 자신만의 믿음의 길을 갈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낳지나 말지…. 너무나 무책임한 것 아닌가?” 솔직히 필자의 선친의 생애를 생각해 보면 화가 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그 분은 1927년에 태어나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18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교육도 못 받고,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 지냈고, 해방 후 이북에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형제들은 각자의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6.25전쟁이 터지고 필자의 선친은 홀로 부산으로 피난을 내려갔다. 그리고 거기서 밤에는 손양원 목사님이 운영하던 애린원이라고 하는 고아원에서 새우잠을 자고, 낮에는 통공장에 나가 일을 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결국 폐병에 걸려 거의 죽게 되어 행려병자처럼 되어 부산시립병원에 실려가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결국 그분은 평생 한 번도 제대로 자신의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체,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어려서 너무 못 먹고 고생을 한 탓인지, 몸이 약해 일찍 소천하셨다. 필자는 선친의 이런 생애를 생각할 때 사실 화가 치밀어 오른 적이 많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목사님께서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내와 자식들을 그렇게 쉽게 버리고 가신 것이 아니었다. 목사님께서 이 문제로 인하여 얼마나 큰 고통과 번민 가운데 있었는가 하는 것을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필자는 언젠가 아이들을 보다가 할아버님께서 남기신 유언과도 같은 설교, ‘5가지 종목의 나의 기도’라는 설교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 설교를 읽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미 앞에서 이 설교 전문을 소개한 바 있다. 목사님께서는 이 설교의 세 번째 대지에서 “노모와 처자와 교우들을 주님께 부탁합니다”라고 울면서 설교를 하셨다. 그리고 그날 설교를 들은 2천여 명의 평양 산정현교회는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다시 들어보는 유언 설교

목사님은 이렇게 울면서 설교하셨다. “나는 80이 넘은 어머님이 계시고, 병든 아내가 있고,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 아들로서의 의무도 중요하고, 가장으로서 아비 된 책임도 무겁습니다… 불효한 이 자식의 봉양보다 무소불능하신 주님께 내 어머님을 부탁하고, 나는 주님 자취를 따라 가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님을, 80이 넘어 늙으신 내 어머님을 자비하신 주님께 부탁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가 남편을 연모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병든 내 아내도 주님께 부탁하고 불초 이 내 몸은 주님의 자취! 주님의 눈물 자취를 따라 가렵니다. 연약한 나를 붙들어 주옵소서… 아버지가 나라에 역적으로 잡혀 죽으면 그 자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연약한 제자들을 뒤에 두시고, 골고다로 향하신 주님께 나의 자식들을 부탁합니다. 어미 죽은 어린 것을 주님 품에 부탁합니다… 나의 늙으신 어머님과 나의 병든 아내를 주님께 부탁하고, 나의 어린 자식들과 나의 사랑하는 양떼들을 자비하신 주님께 부탁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 산정현 강단을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을 따라, 주님을 따라, 주님의 피 자취를 따라가려 합니다….” 목사님은 이렇게 노모와 처자식과 교우들을 온전히 주님께 맡기고,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 가셨다.




당신의 종의 피맺힌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

그리고 우리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종의 이 피맺힌 설교를, 간절한 기도를 다 들으셨다. 이것이 중요하다. 목사님은 눈물로 노모와 아내와 자식들과 사랑하는 교인들을 주님의 손에 맡겼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종의 이 눈물의 간구를 빠짐없이 다 들어주셨다.

언젠가 필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숙부님(영락교회 주광조 장로)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당신이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오늘에까지 이른 것은 정말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은총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이다. 아버지는 순교하시고, 해방 후 1년 반 만에 어머니마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난 후, 누구하나 돌봐주는 이가 없었다. 한국교회가 주기철 목사님의 이름을 그렇게도 자랑스러워하고 내세웠지만, 결코 그 후손들을 돌보지 않았다. 결국 어린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져 고아원으로, 공장으로, 염전(鹽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6.25를 겪어야 했다. 그래서 필자의 숙부님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삶이 너무나 고달퍼 젊어서 두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숙부님을 지켜 주셨고, 마침내 당신의 종의 간구를 들으사 그에게 영육 간에 많은 복을 내려 주셨다. 언젠가 숙부님은 필자에게 이런 말씀도 하셨다. “고아였던 내가, 아무런 세상적인 힘도, 권력도, 빽도 없던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정말이지 기적이고, 하나님의 은혜였다. 하나님께서 내 아버지의 기도를 들어주셨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종의 그 피맺힌 기도를 들으사 그 자손들을 손수 책임져 주셨다. 필자의 숙부님은 여러 회사에서 전문경영인(CEO)으로 일하면서 창대케 되는 복을 받으셨다. 그 분은 교회에서는 장로로 평생을 섬기셨고, 또한 극동방송에서 부사장으로, 감사로 헌신하셨고, 그 동안 한국과 전 세계를 다니시면서 많은 간증을 하셨다.

그리고 필자의 집안도 그렇다. 하나님께서는 필자의 가정에 영적으로 놀라운 복을 내리사 필자가 목사가 되고, 필자의 누님 셋이 다 사모가 되었다. 필자의 매형이 셋이 다 목사들이다(서바울 목사/생명수교회 담임목사, 김정훈 목사/전주 성암교회 담임목사, 이윤호 목사/꿈의 축제교회 담임목사). 그리고 필자의 조카들 가운데 하나(서윤철 전도사)는 필자가 섬기고 있는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현재 미국 풀러 신학교에 유학을 가 있고, 또 한 여 조카(긴진솔 전도사)는 현재 장신대 신대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조카 사위(박현종 목사)가 목민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고 있다. 그리고 필자의 둘째 아이(주재후)는 장신대 기독교 교육학과에서 공부하다가 현재 공군 군종으로 가 있다. 이제 앞으로도 필자의 집안(고 주영해 장로, 주 목사 3남)을 통해서 계속해서 많은 주의 종들이 나올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하나님의 은혜요,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아니었다면 이런 모든 일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결국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 하나님은 당신의 종이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순교의 길을 가면서, 피눈물을 흘리며 했던 ‘노모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 양떼들을 주님께 맡기는 기도’를 들으셨다. 그래서 오늘 필자로 하여금 이 모든 일들을 증언하게 만들어 주셨다. 그러기에 필자는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는 하나님의 말씀이 참으로 진리의 말씀임을 확신하고 감사한다. 그렇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하나님의 섭리와 뜻 가운데 있는 자들에게는 이 세상의 어떤 것이든 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다. 우리의 고통도, 눈물도, 실패도, 연약함도, 질병도, 심지어는 순교와 같은 죽음조차도 우리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바 되면 반드시 선을 이루게 된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된다. 할렐루야!



주승중 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 예배설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