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군목 시험 부정행위
군목 시험 중에 부정행위 있었다?
예장통합 소속 신학생 3명 양심선언…"부조리를 끊어야 합니다"
입력 : 2010년 11월 05일 (금) 13:22:59 [조회수 : 5801] 유연석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11월 4일 오전 11시 무렵,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홈페이지에 "더 이상 비밀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장신대 신학과 3학년 이두희 씨. 그는 자신을 올해 군목 시험에 응시한 신학생이라 소개하고, 시험 중에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고백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사건은 7월 23일에 일어났다. 그날은 군목 1차 시험(필기) 합격생 21명이 2차 시험(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면접은 국군수도병원 내 베데스다교회에서 진행됐다. 베데스다교회의 담임인 ㅎ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이다.
1차 합격생 중 14명만이 2차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다. 1차 시험 합격자 중 예장통합 소속 학생은 7명이었다. ㅎ 목사는 이 씨에게 은밀하고도 특별한 지시를 한다. "면접 볼 때 한쪽 주먹만 살짝 쥐어라", "통합 애들에게만 (이 지시를) 전해라", "그 외에 아무도 (지시한 내용을) 알지 못하게 해라" 등 세 가지였다. 이 씨는 ㅎ 목사의 지시대로 통합 측 응시생 6명에게 지시 내용을 전달했다.
그렇게 면접이 진행되고 끝났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ㅎ 목사와 면접관이던 ㅇ 목사는 통합 측 응시생 중 먼저 귀가한 2명 외에 나머지 5명을 부른 뒤 "오늘 있었던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할 것"과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이 옷을 벗게 된다"는 말을 전달했다. 2차 시험 결과 통합 측 학우 7명 중 4명은 붙고, 이 씨를 포함해 면접 중에 한쪽 주먹을 쥐지 않은 학우 3명이 떨어졌다.
왜 양심선언 했을까
이 씨는 ㅎ 목사에게 세 가지 지시를 받고 나서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하는 것은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는다", "평생 다른 이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전해 줘야 할 사람이 부정직한 일을 행하면 후에 무슨 면목으로 정직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탈락했음에도 평안하고 기쁜 날을 보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부정직한 행위가 존재하고 앞으로도 계속 끊이지 않고 자행될 것이 우려되었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행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면접을 본 통합 소속 학우 7명 중 누가 주먹을 쥐고 쥐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주먹을 쥐었느냐가 아닙니다. 저의 초점은 불의한 지시가 있었다는 바로 그 사실입니다. 저는 이 불의한 일을 계획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기 원합니다."
이 씨의 글은 홈페이지와 대자보를 통해 알려졌다. 사실 확인을 위해 통합 총회 군선교회에 연락했지만 담당 목사는 부재중이었고, 다른 한 관계자는 사실 확인 중이라는 말밖에 해 줄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씨의 글에서 학생들에게 세 가지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진 베데스다교회 ㅎ 목사는 "군인 신분이라 언론과 통화하는 게 어렵다. 양해해 달라. 다만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어 그때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과 확인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무엇이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면접 전에 만난 것은 맞지만 그런 지시를 한 기억은 나지 않고, 면접 후에는 학생들을 따로 만난 사실이 없다고 했다.
▲ 장신대에 부착된 대자보.
다음은 장신대 이두희 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더 이상 비밀은 없습니다"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두희라고 합니다. 대학부 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께 알려드려야만 하는 일이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주의 깊게 읽어주세요. 장신대인 누구에게라도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2010년도 군목 선발 시험과 관련된 일입니다.
저는 7월 7일에 군목 1차 시험(정확히 말하면 군종사관후보생 선발 시험)에 합격했고, 7월 23일에 2차 시험인 면접을 보기 위해 국군수도병원으로 갔습니다. 1차 시험의 총 합격자는 21명이었고, 그 중 2차 시험에서 14명을 뽑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의 합격자 중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은 7명(장신대 4, 연세대 2, 호남신대 1)이었습니다.
국군수도병원 내에 소재한 베데스다교회가 면접 장소였습니다. 그곳에서 대기 상태로 있었는데 오후 1시 20분쯤 총회 군 선교 업무 담당이신 ㄱ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이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통합 소속 응시자 7명이 다 같이 만나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선배 목사님께 인사드리라고 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7명이 함께 대기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곳에는 베데스다교회 담임목사님이신 ㅎ 목사님(중령)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간단한 인사 후에 저를 제외한 응시자들은 대기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대기실 반대편에 있는 방으로 데려가셨습니다. 그 방에는 파란색 제복과 하얀색 제복을 입은 두 분이 계셨는데 거기서는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나왔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두 분은 면접관들이셨습니다. (면접관은 총 다섯 분이신데 세 분이 목사, 한 분은 군승, 한 분은 군신부입니다)
그 방을 나온 후 ㅎ 목사님과 저는 다시 학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면접 대기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목사님께서 제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세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1) 면접 볼 때 한쪽 주먹만 살짝 쥐어라.
2) 통합 애들에게만 알려라.
3) 그 외에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해라.
일련의 일들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조금만 더 기개 있고 지혜로웠다면 그 자리에서 커트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목사님이 지시하신 대로 통합 응시자 7명에게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해줬을 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과 무반응인 사람, 또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전해준 후에서야 제 마음속에는 뭔가 뒤에 더러운 게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즉 주먹을 쥐면 그게 사인 역할을 해서 면접관들이 그 사인을 보고 뽑아주겠다는 방식인 것을 감지했습니다.
제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고 두 가지 이유 정도로 주먹을 쥐지 않기로 했습니다. 1) 이런 식으로 합격하면 하나님께 영광이 안 된다. 2) 나는 평생 다른 이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전해 줘야 할 사람인데 정작 내가 부정직한 일을 행하면 후에 어떤 면목으로 정직을 가르칠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면접을 마쳤습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번 연도 선발 시험부터는 면접 볼 때 면접관들이 보는 자료에서 학생 이름이나 교단, 학교 등을 다 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작위로 뽑히는 면접 대기 번호만을 면접관들이 보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면접 때 교단 영향이 끼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즉 공정성을 위해 그렇게 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고 들은 것은 무엇입니까? 허울뿐인 제도였으며 뒤에서는 부정직한 방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면접을 다 끝내고 가려는데 면접관 중 한 분이셨던 ㅇ 군목과 ㅎ 군목께서 통합 소속 응시자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면접 전에 면접관 두 분을 만났던 방으로 들어가서 둘러앉았습니다. 통합 소속 응시자는 7명 중 5명이 남아 있었는데 저희에게 "오늘 있었던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해라, 이것이 알려지면 너희도 끝이고 나도 옷 벗는다"는 내용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호남신대 ㅇ 씨에게 그 자리에 없던 연세대 신학생 2명에게 입막음을 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그날 면접과 관련된 일들은 다 끝났습니다.
저는 불합격했습니다. 총 세 명이 떨어졌고 네 명은 합격했습니다. 개인적 신앙 차원에서는 너무나 평안하고 기쁜 날들을 보냈습니다. 마음에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로만 듣던 부정부패였습니다.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경솔히 행동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많이 했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한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부조리를 근절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침묵하면 이런 부정한 방법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방식은 바뀔지 몰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주먹을 쥐었느냐가 아닙니다. 저의 초점은 불의한 지시가 있었다는 바로 그 사실입니다. 저는 이 불의한 일을 계획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기 원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부조리를 근절하려면 조사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는데 그렇게 되면 주먹을 쥐었건 안 쥐었건 합격한 학생들에게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피해자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1차 시험 합격하고 면접을 보러 간 것인데, 갑자기 윗선에서 불의한 지시를 했기 때문에 괜한 일에 말려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저와 함께 먼저 알릴 기회를 주기 원했습니다. 스스로 사실을 알린 다음에 조사를 받는 것과 사건이 터진 후에 조사를 먼저 받는 것은 명백한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떨어진 두 명을 먼저 찾아가서 그 사실에 대한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합격한 학생들과 만나거나 전화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합격한 학생들을 최대한 보호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장신대 내에선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개인적으로 해당 학생을 먼저 만났습니다. 설득하기 위해 주위의 도움도 구했습니다. 장신대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것은 더 이상 비밀로 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학교 내에서 이미 알려지기 시작한 일입니다. 그리고 공론화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우 여러분, 여러 목사님과 관련된 이 일에서 학생 신분은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알리지 않으면 무마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저 역시 이 일을 조용히 해결하고 싶지만 제힘으로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다른 캠퍼스와 곳곳에서 수많은 청년을 만나며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복음을 전할 때 교회가, 복음이, 예수님이 가장 반대를 받는 이유는 교회의 부정, 부패, 비리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교회가 더 정결하게 되길 기도했습니다. 이런 일이 제 눈앞에서 일어났는데도 그것을 조용히 덮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하는 이 일 앞에서 경솔히 생각하거나 경솔히 말하거나 경솔히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경우를 고려해가며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분께 거짓 없이 말합니다. 저의 일련의 행동의 동기는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특정 학생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부조리를 근절하는 것에 있습니다. 사건 초반, 나약한 마음에 일을 미뤄왔던 것을 후회합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진실을 알리고 올바른 길을 가고자 합니다. 나름대로 제가 지불해야 할지도 모르는 대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겠습니다.
장신대의 학생으로서 여러분께 먼저 알리는 것이 순서일 줄로 알아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