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복음병원 진퇴, 이번주 최대 고비 [교계현실]
분류: 소식- 교계 현실
===============================================
등록일 : 2003-05-28
복음병원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병원과 고려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5월 31일 약품업자들에게 40억원 상당의 물품 대금을 지
불하지 않으면 병원의 약품수급이 중단되어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5개 약
품 도매상을 비롯한 수 백개의 제약회사가 동반부도가 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라며 교단에 긴급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교단에서는 지난 9일 비상총회에서 병원을 살리기 위해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결의했
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모금상황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당장 현금을 동원하는데 어려
움을 겪고 있어 이번 주가 복음병원의 진퇴에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복음병원은 지난 9일자로 최종부도 처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상적인 진료를 계속
하고 있으며, 오히려 환자수가 미미하기는 하지만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도처리
로 인해 모든 결제를 현금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복음병원이 현금 동원을 위한 유동
성 위기에 처해, 자금 상황이 최악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교단 비상총회에서 참석자 대부분이 복음병원을 살리는데 크게 공감하고 이를 결의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모금실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교단에서는 비상총회에서도 집중적
으로 지적된 바와 같이 복음병원 정상화 이후의 병원 경영체제와 병원 개혁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데 대한 불신감이 깊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목사와 장로 등 교단의 지도자들은 계속 밝혀지고 있는 과거의 복음병원 경영 부조
리에 큰 실망감과 분노감을 표시하고 있다. 관선이사회의 주도로 지난 3주간 8인의 공인회
계사를 통해 실시된 정밀감사에서 과거 병원 경영과 자금 흐름이 부실과 부정으로 얼룩져
책임자들의 형사책임이 불가피하고, 고신이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내
용으로 교육부에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교단은 복음병원의 현재 체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또는 교단이 2백억원을
지원한 뒤에 과거와 같은 분쟁과 분규가 과연 사라질 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병원
을 살리는 담보제공 및 헌금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선뜻 참여하
는데는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총회장 이선 목사가 복음병원 직원들에게 전달한 교단의 입장을 통해
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선 총회장은 “현재와 같은 병원의 구조로는 총회가 병원과 학교를
계속할 의미가 없다”는 요지로 병원의 체제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요구에 따라 교
수협은 자진 해산의사를 밝히고 있는 반면 노조는 아직 뚜렷한 자기 개혁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병원의 근본적인 경영 개혁 요구가 교단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 총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200억원 모금을 위한 운동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병
원 관계자의 표현대로 마지막 위기의 정점에서 복음병원의 근본적인 개혁방안이 제시되고
이를 통해 교단 내에 존재하는 불신이 사라져 교단이 전폭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
등록일 : 2003-05-28
(분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복음병원 변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복음병원 000입니다”
무심코 넘어갈 수도 있지만, 주의 깊게 들어보면, 복음병원의 전화응대 말이 바뀌었다는 것
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복음병원이 여태까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직원회의에서 딱 한번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바로 시행이 되고 있
습니다. 작년까지는 친절교육을 받아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직원들도, 바뀌어야
병원이 살아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이지요”(직원 L씨)
5월 9일 최종부도 후에 복음병원이 바뀌고 있다. 이전의 ‘불친절’로 소문난 병원에서
‘친절’ 병원으로…. 살아나고자 하는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병원을 바뀌게 만들고 있
는 것이다.
“간호사이기 때문에 간호사의 본분을 지키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 입니다. 환자
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간호사의 본분이자, 복음병원 직원으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하
고 있지요”(C간호사)
“부도가 나나 안나나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부도가 났지만, 부도로 인해 잘못된 이
미지가 있었다면 그것을 재고하는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P간
호사)
“이번이 위기이자 기회라는 것을 압니다. 저는 기회를 택했습니다. 병원이 살아나야 저도
살 것 아닙니까. 동요하던 마음을 그렇게 다잡자 이전에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
니다. 자연히 사람들을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게 됐지요”(직원 C씨)
부도가 났지만, 우려했던 환자들의 이동은 없었다. “부도가 났다는데 그럼 문 닫는 거예
요”라는 질문은 많았지만, 질문뿐이었다. 병원의 부도를 이유로 병원을 옮기는 환자는 없
었다. 담당의사와 간호사가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환자들이 늘
어났다. 부도 전에 740명 정도이던 입원환자가 780명까지, 1400명 정도이던 외래환자가
1700명까지 늘어났다.(5월 23일 기준. 물론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그토록 짧은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고, 5월부터 환자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계절적 요인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병원이 망하는 것 아닌가?” “제 3자에게 넘어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
“병원을 그만두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중이다” “잘해봐
라. 결국 망할 것이다” 등 직원들 사이에서 일부 동요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동요는 예상
외로 적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현실적 인식과 신앙적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오늘은 부도 난다’, ‘내일은 어음 얼마 들어온다더라’ 등의 각종
루머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도 났다 이야기 들었을 때‘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
각이 들었지요. 그렇다고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는 건 아니구요. 저도 한 가정의 가장이거든
요”(직원 C씨)
“이 복음병원은 우리 개개인의 생각대로 되어지는 것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는 기
관이기 때문에 우리는 잘 알 수 없지요. 복음병원이라는 나무의 열매가 어떻게 될지는 다
하나님께서 정해놓으셨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냥 믿고 따라갈 뿐입니다”(C간호사)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보통 부도가 나면 직원들이 살기 위해 앞 다투어 자리
를 뜨는 게 일반적인 경우니까.
“일반 병원 같으면 부도 났는데 어느 의사가 남아 있겠습니까? 어느 직원이 남아 있겠습니
까? 거기다 모두 10개월째 월급 못 받은 사람들입니다. 뭐가 아쉬워서 남아있겠습니까? 지
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병원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집에 가면 아내에게 할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내일 당장 파산난다해도 저는 복음병원
에 남아있을 겁니다”(L교수, 내과)
직원들의 심기일전은 병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곳곳에서 “새롭게 일어나자”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움직임이 소리 없이 분출했다. 복음병원을 위해 교단에서 200억
원을 마련키로 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했다.
“200억원을 마련해 주시기로 한 교단 교회와 성도분들께 오로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200
억원은 복음병원 설립목적에 맞게 병원을 바로 세우자는 뜻인줄 압니다. 저희도 열심히 최
선을 다하겠습니다”(L간호사)
복음병원은 달라지고 있었다. 전화응대말의 변화 이외에는 외부적으로 딱히 무엇이라 꼬집
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부도 난 후에 오히려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뭐라도 하나 더 하려고 하니까 그런 것 같습
니다” “저희들이 열심히 하면, 복음병원 비전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할 수 있다”는 내면적인 변화가 복음병원이라는 상처난 공룡에게서 외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 이 호 욱 기 자 ■
******************************************************
“교단의 빠른 지원이 필요합니다”-복음병원 이재우 원장
------------------------------------------------------
“부도 나고 한 달이 제일 어려운 시기입니다.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긴
급자금을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들 나름대로도 자금마련을 계획하고 있지만, 교단
의 지원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습니다”
복음병원장에 취임하자마자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난 이재우 병원장.
그가 현재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병원의 현금보유상황. 부도로 인해 금융거래가
정지된 이상 약품 구입이나 물품구입을 모두 현금으로 결제할 수밖에 없고, 약품업체나 물
품업체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구 어음 중 일부를 갚아주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병원에서 약품이 없어 진료를 못하면 안 되니까.
현재 병원의 하루 현금수입은 8천만원. 부도 이전에는 1억2천만원 정도가 현금으로 들어왔
지만, 부도로 금융거래가 정지되는 바람에 복지공단에서 들어올 현금이 줄어든 금액이다.
때문에 최대한으로 현금수입을 잡는다 해도 20억원 가량이 된다.
반면 월 운영경비는 약 60억원(인건비 포함). 월 현금수입 2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
액이다. 그 차액을 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긴급운영자금.
“200억원을 모아서 주시는 것보다 급할 때 주시는 것이 병원이 정상화되는 지름길입니다.
일단 몇 달 병원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되면 채권은행이 신용불량을 풀고, 그 때부터 병원
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돼 돈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몇 달이 중요
한 시기입니다.”
이재우 병원장은 직원들 보기가 민망스럽다. 봉급은 못주고 매일같이 ‘참자’ 소리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두 달 봉급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사정은 안 되
고…”
이 원장은 약품대금, 물품대금을 최우선으로 하더라도 봉급의 일부분이라도 해결해 줄 결심
이다. 10개월치 월급을 못 받고 있지만,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서다.
이재우 병원장은 며칠 전 ‘진료중심의 병원’ 추구를 공표했다. “부도의 위기를 돌파하
기 위해서는 환자들을 자신의 몸처럼 돌봄으로써 환자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
다. 정성을 다해서 돌보고, 환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못하도록 할 때 병원은 다시 일어설 것
입니다”
진료중심의 병원을 향한 이 원장의 첫 번째 계획은 병상수의 조절. 빈병상에도 간호사가 3
교대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 병상수를 재조정함으로써 인력을 한 곳으로 집중, 진료
서비스의 질을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원장이 생각하는 적정 병상규모는 880-
900병상 정도. 이 원장이 추구하는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도 적절한 지원이 없으면 모두 물거품. “이렇게 200억원을 지원했는데
도 병원이 예전처럼 운영되면 어떻게 하는가?” “병원경영을 신뢰할 수 없다”라는 교단
내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재우 원장은 분명한 답변이 있다.
“관선이사 체제가 교단에는 큰 자존심의 상처를 입혔지만, 병원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습니
다. 관선이사 있는 동안에 저희들이 모든 체제를 정비해서 새로운 복음병원으로 거듭나도
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병원이 교단으로 돌아가는 지름길이라고 믿습니다. 애정을 갖
고 병원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시급히 도와주십시오”
------------------------
■ 해결해야 할 과제는 ?
------------------------
복음병원사태해결의 과제는 무엇인가?
신뢰감의 상실에서 찾아야 한다. 비상총회에서 전폭적으로 200억원 모금을 결의했음에도 불
구하고, 현재 그 돈이 마련되지 않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비상총회에서 “병원을 포기하자”는 발언도 상당한 지지를 얻었음을 기억하자. 그 논거는
“이 상태로는 총회가 병원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병원 정상화를 위한 일종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것”
총회 산하 교회가 내심 품고 있는 생각들은 “교단이 200억원을 마련하는 대신 복음병원 구
성원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물론 여기에 교수협의회와 노동조합 문제가
중요하게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교수협의회와 노동조합이 교단의 책임으로 돌렸던 경영의 투명성 부분도 제고되어야 할 부
분이다. 그동안 병원 경영진이 어떻게 부정과 비리를 행해왔는지가 검찰조사와 공인회계사
감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명확한 책임규명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신뢰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병원이 교단으로부터 교회가 병원에 요구하는 바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웬만큼 적당히 수용해서 넘어가려는 자세는 그동안 쌓여온 너무나 큰 불신감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불신감만 더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