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금 한국교계가 '사랑' '화합' '남북교회 통합'을 위해 만나려는 '북한
(*조선일보 2002.1.29. [NK리포트] 북한교회 누가 다니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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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있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는 목사, 부목사, 전도사, 장로, 권사, 집사, 성가대, 부인전도회 등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순수 종교인으로 믿는 북한주민은 거의 없다. 종교조직이나 교회는 대외행사기관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평양에 교회와 성당이 처음 생겼을 때도 놀라는 주민이 거의 없었다. 남한을 비롯한 바깥에서 오히려 의아해 했을 뿐이다. 교회를 찾았던 외국인이들도 『수령님 배려로 오늘 예배를 드리게 됐다』는 북한 목사의 설교를 듣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봉수교회나 칠골교회를 방문했던 남한의 성직자와 신도들에 따르면 가끔씩 등장하는 「수령님 은혜」운운하는 설교만 빼면 예배과정은 남한 교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건물에 인민과 함께 하는 수령의 사진이 걸리는 것은 북한주민에겐 당연한 상식이지만 외국인이나 남한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장충성당에는 신부가 없는 게 특징이다.
평양에 봉수교회나 칠골교회, 장충성당은 「행사」가 없으면 조용하다. 이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교회 안팎을 기웃거려도 별로 통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남한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행사 때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 생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와 호기심으로 기웃거리던 주민들이 보위부에 끌려가기도 한다.
목사나 전도사 등은 그리스도교연맹 소속이고 월급도 그곳서 받는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연맹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소속 대남부서 가운데 하나인 통일전선부 제6과에서 관할하고 있다. 조선카톨릭교협회나 나머지 종교단체도 마찬가지다.
탈북자 김희성(가명 45)씨는 절친한 후배가 인민군에서 제대하여 그리스도교연맹에 배치된 것을 축하해준 적이 있다고 한다. 주위사람들은 그의 「출세」를 부러워했고 집안식구들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스도교연맹이라는 곳이 대남관련기구이기때문에 잘 하면 해외에 나갈 수 있고 달러도 만질 수 있는 「요직」이기 때문이다. 그는 연맹에 들어가기 전에 당원증을 조직에 맡기고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당에 충성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는 요원들이 당증을 당조직에 맡기고 나가는 것과 비슷한 조치였다.
평소 성경책은 비밀도서로 분류돼 열람이 금지된다. 성경과 찬송가책은 교회내에 비치되고 밖으로 가져나갈 수가 없다. 성경은 중국 연길에서 인쇄한 것이 많다고 한다.
종교인들의 동원행사가 잦아지면서 98년에 「신도」들을 길러내기 위한 단기 강습코스(1~3개월)도 생겼다. 주로 그리스도교연맹 건물에서 교육이 실시되는데 대학의 철학과 교수들이 담당한다. 종교의 진정한 의미보다는 종교의 허구성이나 해악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며 더욱 철저한 반종교적 의식을 갖도록 요구한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방문하게 되는 가정예배소는 교육받은 신도들이 그리스도교연맹의 지시에 따라 행사 때만 모이는 곳이다. 평소 가정예배소는 존재할 수 없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예배소가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신도」가 되려면 노동당 당원이어야 한다. 통일전선부 소속 기독교단체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가족이 우선 선발되며 보위부나 인민보안성(경찰)에서 제대한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성가대원들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사상성이 투철해야 하며, 학생성가대는 중창조로 유명한 봉수고등중학교 음악소조가 전문 출연한다. 공식행사에 나오는 「신도」들은 워낙 사상이 투철한 사람들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진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산속의 절도 다를 게 없다. 진짜 스님은 존재하지 않고 사찰과 문화재 관리자가 스님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다. 주민들은 이들을 「출퇴근 중」 이라고 부른다.
보위부에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보위부에서는 상당수의 진짜 신도들이 비밀리에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색출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