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분당샘물교회와 박은조목사님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가진것 버리고
신자들 든든한 울타리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은 사람. 복이 많은 사람. 박은조 목사(53)가 그런 사람이다. 얼굴이 티 한 점 없이 해맑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고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이 상대를 편하게 하는지 모른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교차로의 상가 건물에 자리한 샘물교회에선 아이들이 종달새처럼 재잘대는 소리와 엄마들의 대화가 어우러져 싱그럽다. 박 목사가 샘물교회를 개척한 것은 1998년. 박 목사는 원래 서울 논현동 영동교회에서 17년간 일한 담임목사였다.
비우면 채워지는 게 세상 이치던가. 잘 나가는 목사들의 대부분이 ‘규모’의 가치를 추구하며 대형교회를 만들기 위해 매진할 때 그는 교회를 과감히 분가하기 시작했다. 그가 영동교회에 재직 중이던 90년 한영교회, 93년 일원동교회, 94년 서울남교회가 영동교회 신자들을 데리고 차례로 분가했고, 98년엔 마침내 자신이 분당으로 분가했다. 영동교회에서 그렇게 분가한 교회가 무려 8개. 이들이 분가하지 않았더라면 대형교회를 이뤘겠지만 박 목사는 “큰 교회가 큰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공동체성이 사라져 목사와 신자, 신자들끼리 인격적인 교제가 어렵다”며 분가를 단행했다.
공동체를 위한 정신이 반영된 것은 분가만이 아니다. 샘물교회에서 월급을 받는 교역자는 박 목사를 포함해 모두 20명. 이들은 업무에 따른 수당은 다르지만 기본 생활비는 모두 같다. 1인 당 100만원을 기본으로 부모와 아내, 자녀 등 한 가족 당 19만원씩이 추가된다. 직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양가족 수를 기준으로 생활비를 받는 것이다.
“대형교회 공동체성 희박”
담임목사 17년동안
교회 8개나 분가시켜
교역자 월급체계도 합리화
장애인 시설·대안학교 추진도
젊은 시절 교회를 다닐 때, 60대 담임목사는 이미 자녀들을 모두 교육시켜 지출이 많지 않은데도 월급을 많이 받고, 부목사는 한창 자녀들 교육비가 많이 들 때인데도 담임목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낀 그는 영동교회에서 자신이 담임일 때 과감히 이런 생활비 지급 방안을 도입했다. 다른 교역자들의 생활비를 담임목사가 받는 생활비만큼 끌어올리기엔 교회 재정이 감당할 수 없어서, 담임목사 생활비를 깎아야 했다. 그래서 장로들은 “어떻게 많지도 않은 담임목사님의 생활비를 깎느냐”며 반대했지만, 박 목사는 이 제도를 단행했다.
샘물교회는 분당 동원동 1만여 평에 장애인 복지시설과 ‘초·중·고 대안학교’를 짓기로 하고, 현재 교장과 교사를 모집중이다. 박 목사는 이곳 근무자들에게도 이런 월급체계를 적용하고, 학생들의 수업료도 한 가정에서 한 명을 보내든 3명을 보내든 수에 상관 없이 그 가정 수입의 일정부분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샘물교회는 3200여 명의 출석 신자 가운데 30대 이하가 65%, 40대 이하는 80%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가장 젊은 교회 중 하나다.
샘물교회는 장애인들을 방과 후에 돌보는 사랑의학교를 운영하고 북한 동포 돕기에 앞장서는 한민족복지재단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박 목사는 개신교계의 오마이뉴스로 각광 받는 인터넷 신문 <뉴스앤조이>의 발행인도 맡고 있다.
박 목사는 “내가 하는 일은 없고, 난 능력 있는 분들이 일을 잘 하도록 울타리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비움의 자세가 청소년과 능력자들을 샘물 교회로 모이게 하고 있다.
분당/글·사진 조연현 기자
뉴스앤조이 기고글 논란
입력 : 2007.07.31 18:00 / 수정 : 2007.07.31 20:05
기독교 인터넷 신문 ‘뉴스앤조이’가 위험이 있더라도 분쟁지역에서 진정한 의미의 선교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올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앤조이’의 이사장은 이번 피랍자 23명이 소속된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의 박은조 담임목사다.
31일 오후 7시 현재 뉴스앤조이 웹사이트의 톱기사로 올려진 이 글은 국제선교활동 조직인 ‘개척자들’의 송강호 간사가 썼으며, 이 글은 배형규 목사를 살해한 탈레반이 31일 새벽(한국시간) 심성민(29)씨를 살해하기 8시간 전에 올려졌다.
◆ 준비 안된 단기 선교는 위험하니 즉각 중단해야
‘분쟁 지역에서의 선교, 중단하지 말자’의 제목의 글에서 송씨는 지금 한국 기독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기 선교의 위험성을 적극 비판했다. 일단 송씨는 “경솔하고 무책임한 단기선교는 더 이상 분쟁 현장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오직 준비된 사람만이 (분쟁지역에서의) 선교 현장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씨는 이벤트성 선교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송씨는 “우리가 개종시킬 사람이 그 사회에서 어떠한 위치에 놓일 것인지, 또 그런 개종자의 인생을 우리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숙고도 없이 사영리를 아랍어나 페르시아어로 음역해 예수를 영접시키고 떠나겠다는 단기선교나 한나절의 평화행진이나 하룻밤의 축제로, 십자군 전쟁 이후 1000년의 원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무책임하고 주술적인 맹신”이라고 비판했다.
송씨는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피랍자들이 분쟁 지역에서의 선교가 무엇인지를 고통스럽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 ”분쟁 지역으로의 선교는 더 확대해야 한다”
비록 단기 선교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송씨는 아무리 위험해도 분쟁 지역으로의 선교를 떠나야 한다고 이 글에서 주장했다.
송씨는 “전쟁과 분쟁이 있는 위험한 곳에 더 많은 그리스도인 피스메이커들을 파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부터 선교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며 “분쟁 지역이 사람들이 위험 속에서 가장 두려워 떨고 있는 곳이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곳”이라고 적었다. 그는 “분쟁이 일어나면 자신이 개척한 교회와 양들을 남겨둔 채 자신의 가족만을 데리고 선교지를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가 다시 안전해지면 돌아오는 선교사들이 문제”라며 “분쟁지역이 위험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 정부가 반대하기 때문에 그 곳에서의 선교를 접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런 송씨의 주장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분쟁지역에서 평화와 화해의 발걸음을 계속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이런 얘기는 나중에 했으면 한다”, “기독교인들의 자기 착각이다”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뉴스앤조이’ 이광하 편집장은 “뉴스앤조이는 일반인들을 독자층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라며 “시민 기자들이 60% 이상의 글을 올려 편집의 일관성을 유지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편집장은 “이 글이 위험하고 부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염려하는 마음은 있지만 책임감 있는 진지한 통찰을 통해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송강호 간사의 기고문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쓴 송강호 간사는 “준비되지 않은 단기 선교 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준비된 자가 참여하는 선교활동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고를 했다”고 말했다.
송 간사는 “선교자의 안전은 국가의 책임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여러 나라의 국민들도 위험한 곳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안전 문제는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순교자와 같은 각오로 선교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사과성명 발표
류정 기자 well@chosun.com
입력 : 2007.08.01 11:37 / 수정 : 2007.08.01 13:33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납치한 한국인 인질 23명 중 남자 2명이 살해되고 여성 인질 2명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 1일 오전 경기도 분당 피랍자 가족대책위원회 프레스 센터에서 박은조 목사가 2명 사망관련 입장표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포토] 사진으로 보는 한국인 피랍사태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23명 중 2명이 피살된 가운데, 1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55) 담임 목사는 “참으로 비통하고 애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국민 여러분과 특히 유가족 여러분께 엎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또 “앞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각종 봉사활동이 더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사랑하여 그 땅으로 달려갔던 봉사단원들은 자신의 생활비를 아끼고, 자신의 휴가를 사용하여 인류애를 실현하고자 했던 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며 “두 사람의 비보는 저희들에게도 가족을 잃는 듯한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오늘 오후 4시 30분을 최후 협상시간으로 통보 받고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피랍된 21명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단장의 아픔을 경험하며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염치 없지만 피랍자들의 안전귀환을 위해 마음의 소원을 모아 주실 것을 감히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심경 발표 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이번 사태가 한국 교회의 지나친 선교 경쟁이 빚어낸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저희들도 위험한 곳에 가서 사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기독교가 일반적으로 공격적으로 활동해왔던 것에 대한 비판을 달게 받고 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어 “올해만도 200여개의 단체가 아프가니스탄 비자를 받아 그곳을 다녀왔고, 저희들이 간 칸다하르도 지금까지 큰 위험이 없어 보냈다”며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조심을 아무리 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전적으로 저희 잘못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고 배형규 목사와 저는 평소에도 공격적인 선교에 반대해왔다”며 “그런 공세적인 선교활동을 위해 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배형규 목사의 유서가 있다는 설에 대해선 “평소 교회 내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한 것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쓰여진 유서는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 피랍자 2명 피살 관련 사과서 전문>
억류되어 있던 봉사단원들 중 또 한 사람이 살해를 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만나면서 국민 여러분 특히 유가족 여러분들에게 엎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프가니스탄을 사랑하여 그 땅으로 달려갔던 봉사단원들은 자신의 생활비를 아끼고, 자신의 휴가를 사용하여 인류애를 실현하고자 했던 귀한 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저와 새물교회의 모든 성도들에게 신앙적 가족이었던 두 사람의 비보는 저희들에게도 가족을 잃는 듯한 고통입니다.
이런 비통한 상황 속에서 고 심성민 군의 가족들이 고인의 귀한 뜻에 함께 하는 결단을 보여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시신을 서울대 해부학 교실에 기증하기로 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귀한 모범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온 나라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함께 아파해주시고 깊은 염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것에 대해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오늘 오후 4시 30분을 최후 협상시간으로 통보 받고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피랍된 21명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더불어 단장의 아픔을 경험하며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염치없지만 피랍자들의 안전귀환을 위해 마음의 소원을 모아 주실 것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저희를 향한 채찍을 겸손히 받으며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저희 교회가 이어온 각종 봉사활동이 보다 더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과 빈곤으로 고통하는 사람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에 작은 힘이지만 여건이 주어진다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저희의 부족한 점을 꾸짖어 깨닫게 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말씀을 올리며, 무엇보다도 인류애를 바탕으로 자기 만족과 안위를 내려놓고 섬김과 나눔을 위해 떠난 21명의 봉사단원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끝까지 마음과 뜻을 모아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