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구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는 이미 이 땅에 도래했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럼 하나님 나라의 "이미"와 "아직"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는 구원받은 것인가, 구원받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삶과 구원은 어떤 관계가 있나. 하나님나라, 구원, 칭의, 믿음, 행위를 둘러싼 논쟁은 초대교회의 바울이나 야고보, 종교개혁 시대의 루터를 지나 지금 한국 장로교회 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주제이며 때에 따라 첨예한 대립을 낳는 대상이다.
지난 3월7일 남포교회(목사 박영선)에서 열린 학술 축제에서 변종길 교수(고려신학대학원)는 "이신칭의의 행위에 대한 신약의 가르침"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박윤선 박사의 산상수훈 해석을 비판한 정훈택 교수(총신대)의 논문을 다시 비판했다.
변종길, "인간 공로 의지하는 꼴"
▲ 고려신학대학원 변종길 교수는 행위로 구원 받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형식적인 믿음과 참 믿음을 가르는 기준으로 행위를 제시한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변 교수는 "(정 교수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이 (미래의) 천국에 들어갈 조건이 아니라 행위가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한다"며 정 교수가 "행위 구원론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교수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신학지남>과 <신약의 도약>이라는 책에서 "행위의 구원론적 의미"를 주제로 다룬 여섯 편의 논문에 나타난 "행위"에 대해 언급한 것이 문제였다.
이 논문에서 정 교수가 박윤선 박사를 비판한 이유는 "축자영감설을 믿으며 성경을 설명하려던 그가 유독 인간의 삶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성경 의미를 바꾸려고 했고, 그 결과 하나님의 은혜의 산물인 인간의 삶이 크게 약화된 것 같다는 점"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이미 온 천국과 아직 오지 않은 천국을 구분하면서 "천국의 현재성과 관련하여 행위는 이미 얻은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의 결과, 열매, 증거, 표식 혹은 하나님 통치의 자연스러운 발로"라고 보았다. 그러나 미래의 천국과 관련하여 행위는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삶에 대해 적극 해석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정 교수가 앞으로 들어갈 천국과 관련해서는 행위가 구원의 전제 조건이라고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현재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예수의 십자가 공로라고 말한다 할지라도 미래 천국에 들어가는 전제 조건이 인간의 행위라면, 결국 (구원은) 인간의 공로를 의지하는 것이 되고 만다"라고 비판했다.
변 교수는 또한 미래의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는 정 교수의 주장을 제시하며, "로마 가톨릭 신자들이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근본 이유는 자기 행위를 의지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 행위를 미래의 천국에 들어갈 전제 조건으로 삼기 때문에 결국 미래의 구원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밝혔다.
정훈택, "천국, 좁은 의미의 구원으로 한정"
▲ 총신대 정훈택 교수는 변종길 교수가 천국을 좁은 의미의 구원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그러나 정훈택 교수는 3월18일 본지에 보낸 반론문에서 변 교수가 고의적으로 오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간 행위를 칭의 또는 구원의 근거, 공로나 전제 조건으로 말하거나 쓴 적이 없는데도 변 교수는 자기가 그렇게 주장한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간 행위를 칭의나 구원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면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만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천국에 들어갈 것이다’를 해석하면서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 혹은 행하는 것을 인간의 삶이나 행위로 보고, 이것을 천국의 전제 조건이라고 요약하는 것은 오히려 예수님의 말씀을 살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변 교수가 천국을 칭의나 아주 좁은 의미의 구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주장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 교수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정 교수와 다른 각도에서 해석했다. 그는 "이 말은 우리가 행함으로써 천국에 들어간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는 믿음과 행함이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형식적인 믿음"과 "참 믿음"이 대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 교수는 형식적인 믿음과 참 믿음을 무엇으로 구별할까.
변 교수는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을 "행함"에서 찾았다. 그는 "참 믿음에는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야고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함이 있는 믿음 곧 "산 믿음"을 가진 자라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변 교수의 주장은 행위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게다가 믿음이 진실한 행위를 낳는다는 정 교수의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그럼에도 그는 행위를 구원 또는 믿음과 연결시키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변종길, "칭의·선행의 관계 잘못 이해"
변 교수는 정 교수의 논문 제목 "행위의 구원론적 의미"가 이상하게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위가 어떻게 구원론적 의미를 가진단 말인가? 물론 전통적 조직신학에서는 구원론이라는 제목 하에 칭의와 성화, 영화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화가 구원론적 의미를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구원의 서정" 차원에서 성화를 다룰 뿐이다."
나아가 그는 다음과 같이 정 교수를 비판했다. "(정 교수는) 구원론적이라는 용어를 아주 넓은 의미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여태까지의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칭의에 뒤따라오며 칭의와 밀집한 관련이 있다는 맥락에서 선행을 말하고 있는 부분이 발견되면 곧장 그것을 구원론적 의의와 가치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구원론이라는 용어를 임의로 쓰고 있거나 아니면 칭의와 선행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정 교수는 변 교수가 성경에 나오는 구원, 천국이라는 말을 모두 칭의 혹은 아주 좁은 의미의 구원이라는 뜻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를 몰아붙인다고 반박했다.
"예수는 천국이 너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너희가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거나 천국으로 비유된 그물에서 못된 고기들을 밖에 버린다고도 말씀하셨다. 내가 인간 행위를 전제 조건이라고 표현한 것은 행위가 칭의나 구원의 (전제 혹은 필수) 조건이 되기 때문이 아니다. 예수님이 인간 행위(아버지의 뜻대로 행함-편집자 주)를 천국의 조건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변 교수는 이것을 자기의 좁은 개념인 칭의나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 바꾸었다."
정훈택, "예수도 행위를 천국 조건으로 표현"
또 정 교수는 변 교수가 성화가 구원론적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성화를 "구원의 서정"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구원의 서정에 성화가 포함된다면, 성화는 칭의라는 의미의 구원 다음에 오는 것으로 변 교수가 칭의로 이해하는 구원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진다."
변 교수는 정 교수가 행위를 천국의 조건으로 본다고 비판한다. 반면 정 교수는 변 교수가 구원을 칭의만으로 좁혀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수는 삶을 천국의 조건이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교수는 삶(행함)을 산 믿음과 형식적인 믿음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인정했다. 문제는 칭의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이다.
정암신학강좌는 11월에 합신개교기념주간에 개최되는 합신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합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30주년을 맞이하여 고신의 허순길 교수와 변종길 교수가 주강사로 발표를 하여 양 교단의 하나됨을 더욱 풍성히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고신의 지도자들이 이 대회에 참석을 많이 하여, 잃어버린 우리의 신학 전통을 회복하기를 소망해 본다.
▲ 변종길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이번 정암신학강좌 분위기는 그야말로 은혜 그 자체였다. 큰 교회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시종일관 은혜가 지배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합신 동문들의 박윤선 박사와 진리를 사랑하는 열기를 보고 놀랍고 부러웠다.
개회예배 후에 정암 박윤선 박사의 육성 설교를 테이프로 듣는 시간이 있었다. 또박 또박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하는 박윤선 박사의 설교에 우리 모두 숨을 죽이고 들었다. 진리의 음성, 참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다. "성결함을 이루기 위해 죽도록 힘쓰자"는 말씀 앞에 모두 큰 도전을 받았다.
이어서 허순길 박사의 박윤선 박사의 삶과 신앙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있었다. 허순길 박사는 박윤선 박사 가정에 가정교사로 있었고, 또 3년 동안 박윤선 박사의 조교로 지내면서 가까이서 박윤선 박사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해 주었으며 큰 은혜가 되었다.
잠시 동안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두 번째 강의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렇게 강의를 시작하였다. "박윤선 박사의 육성 설교를 듣고 나니 저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고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박윤선 박사의 신학을 제가 논한다는 것이 주제넘은 것 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에 박윤선 박사의 복음 이해에 대해 오해와 곡해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의 시간 내내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도와주심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청중이 1시간 가량 진행된 강의를 숨죽여 듣고 있었다. 뿌듯한 은혜의 시간이었다. 한 10분 정도 시간이 지체되어 미안한 마음으로 강의를 마치고 내려왔다.
세 번째 마지막 강의는 합신의 김병훈 교수가 맡아서 했다. 시간이 계속 밀려서 예정된 시간보다 한 30분 늦게 시작하였지만 청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원래 6시 30분에 끝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7시에 끝났다. 하지만 김병훈 교수의 강의는 정훈택 교수의 견해에 대해 조직신학적으로 확실하게 점검하고 평가하는 귀한 강의였다. 현재 천국은 믿음으로 들어가지만 미래 천국은 행함으로 들어간다는 견해는 중세 후기에 있었던 세미-펠라기안의 견해로서 칼빈이 강하게 비판하였다는 것을 들으면서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필자의 강의와 김 교수의 강의의 결론이 일치하는 데서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이 사전에 의논하였느냐고 웃으면서 물어보기도 했다. 필자는 성령의 역사라고 말했다.
7시에 모든 순서를 마치고 나오는데 참석자들 모두 다 얼굴에 은혜의 표정이 역력했다. 마치고 나서 그 교회당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해 주는데, 모두들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수백 명이 줄을 서서 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순길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박윤선 박사는 1960년에 고신을 떠났기 때문에 박윤선 박사에게서 배운 사람들은 지금 다 은퇴했거나 천국에 가셨다. 그래서 지금 고신은 박윤선 박사를 잘 모르지만, 합신은 1988년에 박윤선 박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배우고 함께 했기 때문에 박윤선 박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그 영향이 지금도 미치고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이 말씀이 참임을 실감하였다.
하여튼 오후 내내 은혜로운 시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오늘 이 강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 이런 은혜를 가득 받고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옛날에 한국 교회가 부흥사경회를 할 때 참석한 성도들도 이런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멀리서 짐을 싸서 와서 며칠간 집회에 참석하고, 돌아갈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확실히 합신 교단에 은혜와 진리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교단이 크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은혜와 진리, 진실한 신앙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출처: 합동 교단 기관지
제목: 총신 정훈택 교수 소천
일시: 2013년 09월 03일 (화)
▲ 정훈택 교수
총신대학교 전 부총장 정훈택 교수가 8월 29일 오전 8시 45분 62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고 정훈택 교수는 총신에서 최초로 화란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24년 동안 목회자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평생을 총신에 바친 정 교수의 뜻을 기려 장례는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장으로 진행된다. 장례예배는 9월 4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양지 총신신대원 100주년기념예배당에서 드린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은 고 정훈택 교수가 가르친 수많은 목회자와 후배 교수들이 찾았다.
고 정훈택 교수는 작년 6월 췌장암을 발견해 1년 휴직신청을 하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정 교수는 지난 3월 학교에 복귀했고, 뒤이어 암이 재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 재발 진단을 받은 정 교수는 학교와 학생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된다며 조기은퇴를 하고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4개월 동안 병마와 싸웠다. 고 정훈택 교수의 갑작스런 은퇴를 안타까워하던 총신 교수들은 지난 6월 21일 조촐하게 ‘정훈택 교수 은퇴기념예배’를 드리고, 퇴임기념논총 <열매로 알리라>를 헌정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은퇴기념예배가 정 교수의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유족 대표 한천설 교수(총신신대원)는 “정 교수는 소천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았기에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고 정훈택 교수 입관예배는 9월 2일 부총회장 안명환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다. 안 부총회장은 ‘우리들의 믿음 그리고 소망’(살전 4:13~18)이란 말씀에서 “총신을 위해 헌신한 정 교수의 뜻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2년 삼천포에서 태어난 고 정훈택 교수는 총신대 신학과와 신대원을 졸업하고 화란 깜뻔신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총신신대원에서 신약신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총신신대원장과 부총장 및 총장직무대행을 역임했다. 유족은 한혜신 사모와 자녀 정은모 정가영 정난영.
2005/04/15 08:44
http://blog.naver.com/givenzone/80011953211
주재일(jeree) baram@newsnjoy.co.kr [조회수 : 351]
[157호 표지] 행위는 구원의 조건인가
칭의와 성화를 둘러싼 변종길 대 정훈택 논쟁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구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는 이미 이 땅에 도래했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럼 하나님 나라의 "이미"와 "아직"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는 구원받은 것인가, 구원받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삶과 구원은 어떤 관계가 있나. 하나님나라, 구원, 칭의, 믿음, 행위를 둘러싼 논쟁은 초대교회의 바울이나 야고보, 종교개혁 시대의 루터를 지나 지금 한국 장로교회 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주제이며 때에 따라 첨예한 대립을 낳는 대상이다.
지난 3월7일 남포교회(목사 박영선)에서 열린 학술 축제에서 변종길 교수(고려신학대학원)는 "이신칭의의 행위에 대한 신약의 가르침"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박윤선 박사의 산상수훈 해석을 비판한 정훈택 교수(총신대)의 논문을 다시 비판했다.
변종길, "인간 공로 의지하는 꼴"
▲ 고려신학대학원 변종길 교수는 행위로 구원 받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형식적인 믿음과 참 믿음을 가르는 기준으로 행위를 제시한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변 교수는 "(정 교수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이 (미래의) 천국에 들어갈 조건이 아니라 행위가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한다"며 정 교수가 "행위 구원론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교수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신학지남>과 <신약의 도약>이라는 책에서 "행위의 구원론적 의미"를 주제로 다룬 여섯 편의 논문에 나타난 "행위"에 대해 언급한 것이 문제였다.
이 논문에서 정 교수가 박윤선 박사를 비판한 이유는 "축자영감설을 믿으며 성경을 설명하려던 그가 유독 인간의 삶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성경 의미를 바꾸려고 했고, 그 결과 하나님의 은혜의 산물인 인간의 삶이 크게 약화된 것 같다는 점"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이미 온 천국과 아직 오지 않은 천국을 구분하면서 "천국의 현재성과 관련하여 행위는 이미 얻은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의 결과, 열매, 증거, 표식 혹은 하나님 통치의 자연스러운 발로"라고 보았다. 그러나 미래의 천국과 관련하여 행위는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삶에 대해 적극 해석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정 교수가 앞으로 들어갈 천국과 관련해서는 행위가 구원의 전제 조건이라고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현재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예수의 십자가 공로라고 말한다 할지라도 미래 천국에 들어가는 전제 조건이 인간의 행위라면, 결국 (구원은) 인간의 공로를 의지하는 것이 되고 만다"라고 비판했다.
변 교수는 또한 미래의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는 정 교수의 주장을 제시하며, "로마 가톨릭 신자들이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근본 이유는 자기 행위를 의지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 행위를 미래의 천국에 들어갈 전제 조건으로 삼기 때문에 결국 미래의 구원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밝혔다.
정훈택, "천국, 좁은 의미의 구원으로 한정"
▲ 총신대 정훈택 교수는 변종길 교수가 천국을 좁은 의미의 구원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그러나 정훈택 교수는 3월18일 본지에 보낸 반론문에서 변 교수가 고의적으로 오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간 행위를 칭의 또는 구원의 근거, 공로나 전제 조건으로 말하거나 쓴 적이 없는데도 변 교수는 자기가 그렇게 주장한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간 행위를 칭의나 구원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면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만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천국에 들어갈 것이다’를 해석하면서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 혹은 행하는 것을 인간의 삶이나 행위로 보고, 이것을 천국의 전제 조건이라고 요약하는 것은 오히려 예수님의 말씀을 살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변 교수가 천국을 칭의나 아주 좁은 의미의 구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주장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 교수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정 교수와 다른 각도에서 해석했다. 그는 "이 말은 우리가 행함으로써 천국에 들어간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는 믿음과 행함이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형식적인 믿음"과 "참 믿음"이 대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 교수는 형식적인 믿음과 참 믿음을 무엇으로 구별할까.
변 교수는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을 "행함"에서 찾았다. 그는 "참 믿음에는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야고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함이 있는 믿음 곧 "산 믿음"을 가진 자라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변 교수의 주장은 행위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게다가 믿음이 진실한 행위를 낳는다는 정 교수의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그럼에도 그는 행위를 구원 또는 믿음과 연결시키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변종길, "칭의·선행의 관계 잘못 이해"
변 교수는 정 교수의 논문 제목 "행위의 구원론적 의미"가 이상하게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위가 어떻게 구원론적 의미를 가진단 말인가? 물론 전통적 조직신학에서는 구원론이라는 제목 하에 칭의와 성화, 영화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화가 구원론적 의미를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구원의 서정" 차원에서 성화를 다룰 뿐이다."
나아가 그는 다음과 같이 정 교수를 비판했다. "(정 교수는) 구원론적이라는 용어를 아주 넓은 의미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여태까지의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칭의에 뒤따라오며 칭의와 밀집한 관련이 있다는 맥락에서 선행을 말하고 있는 부분이 발견되면 곧장 그것을 구원론적 의의와 가치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구원론이라는 용어를 임의로 쓰고 있거나 아니면 칭의와 선행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정 교수는 변 교수가 성경에 나오는 구원, 천국이라는 말을 모두 칭의 혹은 아주 좁은 의미의 구원이라는 뜻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를 몰아붙인다고 반박했다.
"예수는 천국이 너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너희가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거나 천국으로 비유된 그물에서 못된 고기들을 밖에 버린다고도 말씀하셨다. 내가 인간 행위를 전제 조건이라고 표현한 것은 행위가 칭의나 구원의 (전제 혹은 필수) 조건이 되기 때문이 아니다. 예수님이 인간 행위(아버지의 뜻대로 행함-편집자 주)를 천국의 조건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변 교수는 이것을 자기의 좁은 개념인 칭의나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 바꾸었다."
정훈택, "예수도 행위를 천국 조건으로 표현"
또 정 교수는 변 교수가 성화가 구원론적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성화를 "구원의 서정"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구원의 서정에 성화가 포함된다면, 성화는 칭의라는 의미의 구원 다음에 오는 것으로 변 교수가 칭의로 이해하는 구원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진다."
변 교수는 정 교수가 행위를 천국의 조건으로 본다고 비판한다. 반면 정 교수는 변 교수가 구원을 칭의만으로 좁혀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수는 삶을 천국의 조건이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교수는 삶(행함)을 산 믿음과 형식적인 믿음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인정했다. 문제는 칭의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이다.
2005년 04월 13일
변종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정암신학강좌는 11월에 합신개교기념주간에 개최되는 합신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합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30주년을 맞이하여 고신의 허순길 교수와 변종길 교수가 주강사로 발표를 하여 양 교단의 하나됨을 더욱 풍성히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고신의 지도자들이 이 대회에 참석을 많이 하여, 잃어버린 우리의 신학 전통을 회복하기를 소망해 본다.
▲ 변종길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이번 정암신학강좌 분위기는 그야말로 은혜 그 자체였다. 큰 교회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시종일관 은혜가 지배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합신 동문들의 박윤선 박사와 진리를 사랑하는 열기를 보고 놀랍고 부러웠다.
개회예배 후에 정암 박윤선 박사의 육성 설교를 테이프로 듣는 시간이 있었다. 또박 또박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하는 박윤선 박사의 설교에 우리 모두 숨을 죽이고 들었다. 진리의 음성, 참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다. "성결함을 이루기 위해 죽도록 힘쓰자"는 말씀 앞에 모두 큰 도전을 받았다.
이어서 허순길 박사의 박윤선 박사의 삶과 신앙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있었다. 허순길 박사는 박윤선 박사 가정에 가정교사로 있었고, 또 3년 동안 박윤선 박사의 조교로 지내면서 가까이서 박윤선 박사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해 주었으며 큰 은혜가 되었다.
잠시 동안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두 번째 강의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렇게 강의를 시작하였다. "박윤선 박사의 육성 설교를 듣고 나니 저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고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박윤선 박사의 신학을 제가 논한다는 것이 주제넘은 것 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에 박윤선 박사의 복음 이해에 대해 오해와 곡해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의 시간 내내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도와주심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청중이 1시간 가량 진행된 강의를 숨죽여 듣고 있었다. 뿌듯한 은혜의 시간이었다. 한 10분 정도 시간이 지체되어 미안한 마음으로 강의를 마치고 내려왔다.
세 번째 마지막 강의는 합신의 김병훈 교수가 맡아서 했다. 시간이 계속 밀려서 예정된 시간보다 한 30분 늦게 시작하였지만 청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원래 6시 30분에 끝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7시에 끝났다. 하지만 김병훈 교수의 강의는 정훈택 교수의 견해에 대해 조직신학적으로 확실하게 점검하고 평가하는 귀한 강의였다. 현재 천국은 믿음으로 들어가지만 미래 천국은 행함으로 들어간다는 견해는 중세 후기에 있었던 세미-펠라기안의 견해로서 칼빈이 강하게 비판하였다는 것을 들으면서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필자의 강의와 김 교수의 강의의 결론이 일치하는 데서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이 사전에 의논하였느냐고 웃으면서 물어보기도 했다. 필자는 성령의 역사라고 말했다.
7시에 모든 순서를 마치고 나오는데 참석자들 모두 다 얼굴에 은혜의 표정이 역력했다. 마치고 나서 그 교회당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해 주는데, 모두들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수백 명이 줄을 서서 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순길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박윤선 박사는 1960년에 고신을 떠났기 때문에 박윤선 박사에게서 배운 사람들은 지금 다 은퇴했거나 천국에 가셨다. 그래서 지금 고신은 박윤선 박사를 잘 모르지만, 합신은 1988년에 박윤선 박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배우고 함께 했기 때문에 박윤선 박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그 영향이 지금도 미치고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이 말씀이 참임을 실감하였다.
하여튼 오후 내내 은혜로운 시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오늘 이 강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 이런 은혜를 가득 받고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옛날에 한국 교회가 부흥사경회를 할 때 참석한 성도들도 이런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멀리서 짐을 싸서 와서 며칠간 집회에 참석하고, 돌아갈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확실히 합신 교단에 은혜와 진리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교단이 크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은혜와 진리, 진실한 신앙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11년 12월 26일
출처: 합동 교단 기관지
제목: 총신 정훈택 교수 소천
일시: 2013년 09월 03일 (화)
▲ 정훈택 교수
총신대학교 전 부총장 정훈택 교수가 8월 29일 오전 8시 45분 62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고 정훈택 교수는 총신에서 최초로 화란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24년 동안 목회자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평생을 총신에 바친 정 교수의 뜻을 기려 장례는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장으로 진행된다. 장례예배는 9월 4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양지 총신신대원 100주년기념예배당에서 드린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은 고 정훈택 교수가 가르친 수많은 목회자와 후배 교수들이 찾았다.
고 정훈택 교수는 작년 6월 췌장암을 발견해 1년 휴직신청을 하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정 교수는 지난 3월 학교에 복귀했고, 뒤이어 암이 재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 재발 진단을 받은 정 교수는 학교와 학생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된다며 조기은퇴를 하고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4개월 동안 병마와 싸웠다. 고 정훈택 교수의 갑작스런 은퇴를 안타까워하던 총신 교수들은 지난 6월 21일 조촐하게 ‘정훈택 교수 은퇴기념예배’를 드리고, 퇴임기념논총 <열매로 알리라>를 헌정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은퇴기념예배가 정 교수의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유족 대표 한천설 교수(총신신대원)는 “정 교수는 소천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았기에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고 정훈택 교수 입관예배는 9월 2일 부총회장 안명환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다. 안 부총회장은 ‘우리들의 믿음 그리고 소망’(살전 4:13~18)이란 말씀에서 “총신을 위해 헌신한 정 교수의 뜻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2년 삼천포에서 태어난 고 정훈택 교수는 총신대 신학과와 신대원을 졸업하고 화란 깜뻔신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총신신대원에서 신약신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총신신대원장과 부총장 및 총장직무대행을 역임했다. 유족은 한혜신 사모와 자녀 정은모 정가영 정난영.